여자친구와 1년 넘게 언쟁을 벌였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한 살 어린 여자친구와 사귄지 600여일이 되었는데, 이 언쟁은 1년이 넘게 지속되어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유저 여러분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문과 대학원에서 생긴 일입니다.
약 3년 전,
제가 2학년쯤 됐을 무렵 학과에서 반장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학과 사람들, 교수들이 함께하는 술자리였는데, 반장이 된 친분 없는 남자선배가 자리 막바지에 저를 바깥으로 불러내어 담배를 꼬나물고 말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입지가 많이 탄탄하고, 업적도 대단하며, 교수님들도 나를 좋게 본다. 요새 학과생들의 학과활동 참여율이 저조한데, 네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너를 죽여버리겠다."
군대도 아니고 직장도 아니고. 게다가 저는 당시 학과 내에서 가장 어렸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들은 저는 그 자리에선 뭐라 대답을 못 했는데, 이튿날 장문의 문자로
"나는 그런 협박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나의 존엄을 훼손시킬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아라. 반장일 힘든 거 안다. 도와달라면 기꺼이 돕겠다."
라는 요지를 담아 대답하였으며, 장문의 사과문자를 받아 결국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그 선배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교묘한 말로 수 차례나 정치질을 시도했지만, 제가 문자 내용을 주변에 보여주는 방법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저의 이런 대처는 사실 그 선배에게 큰 망신을 주어 원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지혜롭지 못한 방법일 겁니다. 더 똑똑한 사람들은 그것을 참아 넘기고, 어르고 달래 자기 편으로 만들겠지요.
하지만 대처를 어떻게 하던 저 선배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위력을 과시하고 협박하여 따르도록 강요했지요. 피해자는 똑똑이가 아니고서, 혹은 저와 같은 꼴통이 아니고선 큰 피로감을 안고 대학생활을 할 수도 있는 경우인 듯합니다.
그리고 약 일년 전, 저는 이 사건을 두고 여자친구에게
"저 선배는 이러저러 해서 나를 힘으로 협박하였다. 이건 두말 할 나위 없이 쓰레기같은 행동으로, 나는 해소하긴 했지만 무척 불쾌한 경험이었다."
라고 말했고, 여자친구는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행동은 아니다. 오빠가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다. 학과를 위하는 마음이 보이지 않느냐. 나도 동아리를 이끌면서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기에 오히려 저 쪽에 공감이 된다. 오빠는 사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잘 모를 것이다. 더군다나 저 사람은 안 좋은 가정형편 탓에 모난 성격이 되었을테니 이해해라."
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 제가 느끼는 불쾌감에 이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하였고, 또 그것이 여자친구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치 못하였습니다. 당연히 이해받고 위로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 각급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그 일을 언급하였습니다. 저는 매번 그 일의 해악에 대해서 동조를 구했고, 여자친구는 그 일의 참작할 부분, 그리고 저의 민감함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타협점 없이 일년을 넘겨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몇 차례에 걸쳐 다시 이 주제가 나오게 되었는데, 서로 감정이 많이 상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여자친구대로
"저 사람 언행이 잘못된 것이 맞긴 하지만, 별 것도 아니니 더이상 가치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유별난 오빠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을 지나치게 강요한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이런 일로 1년 넘게 이야기를 꺼내어 관계를 악화시키는 오빠야말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라 하고
저는 저대로
"적어도 이 일에 있어서, 도덕적 가치판단은 다른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저 사람의 그 언행은 절대로 틀린 것이며, 이 일에 있어서 내 마음이 공감받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1년 넘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라 하며 평행선을 조금 더 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제가 일년동안 이 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데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저는 당연히 이해받아야 할 일에 있어서 이해받지 못한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선배와의 일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도움말씀을 청합니다.
먼저 고민게시판에 썼다가, 익명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옮겨왔습니다. 제가 게시판의 성질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번복한 점, 이전 댓글 작성자 분들께 사과드립니다..